일본의 후루카와 테쓰오는 ‘욕망의 경제학’이란 부제를 달은 <버블의 연구(バブルの研究: 欲望の経済学)>에서 거품의 원인을 인간의 탐욕에서 찾는다.
“버블이든 뭐든 문제가 생겨난 곳에 가보면 그 원인이 전부 인간의 욕망, 욕구 때문에 생겨난다. 서로가 적당히 참으면서 살아가면 다들 행복해 질 수 있는데 그걸 그때는 몰랐다.”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 있다면 경제학이든 인문학적 반성이든 다양한 생각과 연구를 통해 학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구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해서 인간의 욕구를 잠 재울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불확실성 속에서 거품을 만든 것은 인간의 ‘탐욕’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수준의 탐욕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탐욕스러울수록 더 높은 수익을 위해 더 큰 위험을 택했을 것이다. 그 탐욕에 대해 스스로 대가를 치루면 끝날 일이다. 진정한 문제는 대가를 치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부채 즉 남의 돈을 가지고 탐욕스런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어 낸 19세기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여러 번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그 위기에는 늘 거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거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부채다. 부채가 없다면 거품은 시장의 조절기능을 할 수도 있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완전하지 못한 세상에 한 쪽으로 치우침은 늘 일어나는 일이다. 단 한번에 적절한 온도의 샤워 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뜨거운 물 찬물을 적당히 조절해 자신이 원하는 온도의 물을 만들어 낸다. 인간이 모여 살고있는 현장에서는 그런 물을 만들어 낼 쯤이면, 다른 변수가 작용해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물론 부채가 증가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불완전한 통화시스템과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힘의 불균형이 있었다. 세계의 금융시장에 리더가 있다는 것은 다른 세계와 마찬가지로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나친 불균형은 급기야 파괴를 불러오고 다시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게 된다. 국가의 역사와 산업, 그리고 기업의 역사가 그렇게 반복되고 있다. 국가간 힘의 불균형이 그리고 지나치게 방대해진 금융산업의 크기와 거대해진 금융기관들도 불평등을 만들어 낸 원인이다.
우리들이 만나고 있는 위기가 모두 한결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한 나라의 경제위기가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의 경제학자나 관료들도 현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정책의 효과나 그 효과를 얻기 위해 치뤄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정도를 알고 있다는 말이다. 대가가 없는 정책은 없다. 단지 얼마나 더 정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대응하느냐만 있을 뿐이다. 대가는 반드시 치뤄내야 한다. 희망하는 것은 그 대가를 치뤄야 하는 시점에 긍정적인 시장의 변화가 나타나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학의 대가들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을 복잡계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나를 예측하면 다른 하나가 변하면서 다시 예측된 변수를 바꾸어 놓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난 경제위기를 돌아보며 그 원인과 진행과정을 살피다 보면 앞으로의 경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다시 미국에서 발생된 위기를 역사적 시대의 순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그리고 그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지식들을 활용해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