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거래소: 종합 운동장 VS. 종목 별 운동장

디지털 자산 거래소: 종합 운동장 VS. 종목 별 운동장

부산시가 2024년 안에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시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운영 사업자 공개모집에 나선지 3개월 만의 빠른 행보다. 공개모집에는 부산 BDX컨소시엄과 게임 회사 위메이드가 대규모 투자카드를 내밀며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부산시는 BDX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주었다.

부산시가 처음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할 때다. 하지만 이듬해 테라 루나 사태와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생기면서, 부산시 사업도 지지부분한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일본의 오사카 디지털 거래소(ODX)는 작년말 거래 플랫폼을 개장하고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에 첫 거래를 시작하였으며, 한국거래소(KRX)도 차근차근 디지털 증권시장을 준비 중이었다.


디지털 자산거래소를 탐내고 있는 것은 부산시와 BDX 컨소시엄 그리고 다양한 조각투자를 표방하고 있는 기업들 뿐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KRX)는 작년 토큰 증권(ST)을 거래할 수 있는 상장시장인 디지털증권시장 출범을 위해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바 있으며, 지난 해 12월 금융위원회는 KRX의 신종증권 시장 개설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해 주었다. 따라서 장외거래만 가능했던 조각투자 상품을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할 수 있는 규제 특례가 부여되었고, 2024년 상반기 중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내 비정형적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 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을 개설해서 거래소 증권시장시스템을 활용한 매매거래, 상장, 공시, 청산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토큰 증권과 형태만 다르지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한 증권이 한국거래소에 거래될 수 있다는 말이다.

토큰 증권은 실물 또는 무형의 자산을 분산원장 기술로 전자화한 증권을 뜻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불리는 것들은 증권이 아닌 디지털 자산이다. 반면 토큰 증권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또는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에 해당한다. 즉 투자자보호 등 관련 규율이 적용된다는 말이다. 금융위는 이 시장의 발전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한국거래소와는 달리 부산시는 디지털자산거래소라는 이름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지털 자산거래소는 아날로그 식으로 체결하던 시대에서 컴퓨터를 기반으로 전산화 거래소에서 좀 더 진화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거래소라고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디지털 증권시장이나 디지털자산거래소는 개념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법적인 규제로 발전이 더딜 뿐이지 해외에는 이미 다양한 대체거래소가 설립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증권의 형태나 거래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그저 다양한 음식이며 여러 형태의 그릇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 들 중 부산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여 다양한 기초자산을 증권으로 특히 토큰 증권 형태의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부산 BDX가 낙점된 것이다.

부산BDX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기업은 아이티센이다. 아이티센은 2018년 한국금거래소를 인수한 뒤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거래를 줄곧 준비해 온 업체로, 금, 은, 동 등의 실물자산 디지털 상품거래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DX 컨소시엄에는 아이티센 외에도 메인스트리트벤처스, NHN클라우드,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과 애니메이션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 하나은행, 하나증권, 옵티머스블록코리아, 위더스파트너스코리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이 거래소는 100% 민간 자체 투자 방식으로 운영되고 BDX는 거래소 시설 비용 투자를 비롯해 운영 소유권 등을 모두 갖게 된다. 구체적인 일정으로 올 4월 출자금을 납입하고, 연말까지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내에 ‘부산BDX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BDX 컨소시엄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자재와 귀금속, 지식재산권(IP), 탄소배출권 등 가치 있는 모든 자산을 토큰화해 24시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는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기술 지원을, NHN클라우드는 시스템 인프라 및 클라우드 운영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이큐비알(EQBR)과 비피엠지(BPMG), 블록체인 스타트업 디에스알브이 랩스(DSRV)가 기술 파트너사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DX는 더 나아가 광물자산을 실물자산으로부터 한 디지털자산을 시작으로 영화 판권과 같은 문화 컨텐츠 그리고 새로운 대형 SOC 사업까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비젼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또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한 증권이 만들어지면서 디지털자산거래소, ST, 조각투자 증권시장이 좀더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의 주식이나 그 주식의 포트폴리오가 거래되는 거래소와 달리 다양한 자산에 대한 독특한 정보와 거래 형태가 요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의 발전 방향은 아직 미지수다.

BDX와 같은 종합운동장이 활성화 될 지 아니면 각 종목마다 특별한 운동장이 더 빠르게 움직일 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STO, 조각투자 그리고 디지털 자산이라 부르는 증권들이 야구와 축구장 같은 대형 운동장에 집중되어 거래될 지 아니면 테니스나 양궁 같은 작은 전문 운동장이 더 활성화 될지 또는 두 가지 형태의 거래소가 공존할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중소형 벤처기업도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다면 자신 만의 거래소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