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자 나라로 가는 길


충분한 잠재 수요를 가진 사회를 깨우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고 또 일할 장소가 있다면, 생산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렇게 수요에 맞추어 생산이 증가하는 것이 경제성장이다.

한때 국가의 부는 귀금속에 있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중금주의(重金主義)라고 불리던 사상이 그것이다. 즉 부의 원천은 금과 같은 희귀한 금속에 있으며, ‘부는 곧 화폐’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 부의 근원은 ‘생산’에 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 나라의 국력을 금의 보유량이나 군사력이 아닌 국민 총생산(GNP)이나 국내총생산(GDP)를 가지고 측정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개념을 처음 가졌던 사람들은 초기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와 리카도였다. 이들은 국부의 원천을 창고에 쌓인 금의 양이 아닌, 생산활동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수요가 있다면, 이제 얼마나 많은 생산을 해내느냐가 소득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경제성장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이란 글자 그대로 경제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는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의 실질 GDP 즉 국내총생산이 얼마나 증가했는가 로 측정한다. 그러므로 실질 GDP가 늘어나는 현상을 경제성장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지구촌에 있는 모든 국가의 GDP를 합하면, WGP(world gross product) 즉 세계총생산이 된다.


참고로 GNP는 그 나라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해 만들어낸 가치를 말하며, GDP는 국적과 상관없이 한 국가의 영토 내에서 벌어진 생산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지구상 모든 생산활동의 합인 세계총생산(Gross World Product)은 모든 국가의GNP를 합하나 GDP를 더해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세계총인구로 나누면 일인당 GDP가 되며, 한 사람이 일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이 된다.

전통경제학에서는 생산은 자본, 노동, 토지라는 생산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이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자본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경제학에서의 자본은 공장, 기계설비, 상업용 건물, 주택 등 생산활동에 사용되는 각종의 자산으로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가리킨다. 도로나 공황,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도 자본이다.

이렇게 생산요소가 증가하면 생산이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한다. 경제발전이 사회발전의 동력이 된다. 경제가 발전하면, 시민들이 물질적 풍요를 누릴 뿐 아니라 개인의 자유가 늘어나고 정치적 안정을 가져온다. 선진국이라는 사회가 누리는 더 많은 자유를 보면 그렇다.

국가의 경쟁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오늘 날 국가의 부는 경쟁력있는 기업이 만들어 낸다. 단순하게 정의하면 국가의 경쟁력이란 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 경쟁력의 합이다. 그리고 국가의 총생산은 기업들이 생산한 것의 합계가 된다. 그것을 우리는 GDP라고 부르며 그것을 식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Y=C+I+G+NX

국민소득계정 항등식이라고 부르는 이 식이 우리가 이 책에서 언급할 단 두개의 식 중 하나임으로 참을성을 가지고 보아주기로 하자. 위의 식에서 Y는 GDP를 가리킨다. 일년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해낸 가치의 총액이다. 따라서 이를 그 사회에 공급된 가치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측의 C, I, G, NX는 생산된 가치를 누가 얼마나 소비했느냐를 보여준다. C(consumption)는 개인이 소비한 가치, 그리고 I(investment,)는 기업이 투자를 하기 위해 소비한 가치이며, G(government spending)는 정부가 사용하는 돈이다. 그리고 NX(net exports)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을 의미하므로 외국인이 소비한 가치라고 생각하면된다. 즉 한 국가에서 생산한 것은 개인이 소비에 사용하거나, 생산된 일부를 기업이 재투자하거나, 정부가 소진하거나 외국으로 수출되어 외국인들이 소비한다는 말이다. 외국사람이 그 나라의 상품을 구매하여 소비했다면, 외국의 돈이 그 경제에 있다는 말이니 일종의 외화로 저축을 해두고 있는 셈이다.

다시 정리하면 Y는 생산 즉 공급을 의미하고 C, I, G, NX는 수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식을 이용해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다양한 주장에 대한 차이를 살펴보고, 특별히 앞서 던져던 “왜 어떤 나라는 부자가 되었고 왜 다른 나라는 가난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찾아 볼 것이다.

물론 국가의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학자들이 연구하고 발굴한 것 만도 60개가 넘을 정도로,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다.

우선은 국가는 어떤 방법으로 Y 즉 GDP를 늘려 경제를 성장시키는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다음 해의 생산량은 기본적으로 이번 해의 투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의 식에서는 그 투자는 I를 가리킨다.

단 위의 식에서 I 는 기계나 공장 그리고 도구와 같이 눈에 보이는 투자만을 가리킨다. 전통적 경제학자들은 생산방법이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따라서 생산량이 많아지려면 투입(Input)의 단위가 많아야 한다. 그런 투입요소를 물적, 인적자원과 기술자원 세가지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생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에 의해 놀라운 결과를 얻어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의 혁신이 이루어 졌다면, 다음해의 생산은 위의 식 I의 크기와 무관하게 생산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음 기간의 GDP는 단순한 국가소득식에 나타나는 I 뿐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보다 자원이 부족한 동북아시아가 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어 낸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부자가 되는 길이 그리 간단하지도 않고 학자들간에는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단순하게 물리적 기술, 사회적 기술 그리고 사업화 기술이라는 세가지 요소로 함축해 보기로 하자. 기업의 성장은 비교적 쉽게 이런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물리적 기술은 물리적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의 문제이고, 사회적 기술은 인간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물리적 기술은 생산과 관련이 있고, 사회적 기술은 인적자원 관리에 해당한다. 반면 사업화기술은 물리적기술과 사회적 기술을 조합하여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 있어 사업계획과 관련되어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이 포함되는 문제다.

역사상 경제 성장의 결정적 요인은 물론 기술의 발전이다. 1750년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은 산업 혁명의 위대한 기술적 도약과 일치한다. 그러나 기술의 진화는 이야기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진화경제학자인 리처드 넬슨은 경제 성장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기술에는 두 유형이 있으며 이들이 공진화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돌로 만든 바퀴에서 시작해 자동차, 비행기와 우주선까지 만들어지는 과정이 모두 물리적 기술의 진화다. 자연과학이 주로 탐구하는 영역에 속한다. 사냥과 농사를 위해 가족단위의 소규모 조직에서 시작해 시장이 생겨나고 돈과 복식 부기가 발명되고 주식회사가 발전하며 자본시장이 형성된 것은 사회적 기술의 진화로 사회과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 진화의 기본 요소인 유전자는 경제에 있어서 ‘사업화 기술’이라는 지식의 집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물리적 기술이 분명히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만, 사회적 기술의 공헌도 마찬가지로 중요했으며 실은 그 둘이 서로 공진화한다. 예를 들어 산업 혁명 동안에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발명한 수력 방적기는 물리적 기술이다. 이 물리적 기술이 큰 공장을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사람을 배치하고 조직하는 사회적 기술을 만들었고 이 사회적 기술이 다시 증기 그리고 전기를 제조에 적용하는 물리적 기술을 낳게 된다. 결국 경제성장은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진화함으로써 이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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