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신청서 11개를 승인하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 성명문에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오늘 위원회는 다수의 상장지수 상품(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승인의 배경을 “법원은 SEC가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했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불허한 이유를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SEC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가상화폐가 가치가 있는 자산이냐는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가상화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만 거래되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번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자산을 근거로 증권을 상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신청서를 제출한 블랙록을 비롯해 그레이스케일,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발키리, 비트와이즈 등이 현물 ETF 상품이 거래될 예정이다.
ETF는 “Exchange-Traded Fund”의 약자로, 한국어로는 “거래소 상장 펀드”라고 번역된다. ETF는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주식과 마찬 가지로 거래소에 상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스닥(NASDAQ)이나 뉴욕증권거래소(NYSE),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사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신청한 상품명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경우, 투자자들이 나스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아크인베스트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되고, 그레이스케일과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3곳이 내놓은 현물 ETF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본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ETF의 가치도 상승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ETF의 가치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SEC의 겐슬러 위원장은 이번 승인이 가상자산 자체를 미국 정부가 인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SEC는 가상자산 자체에 대해서는 가치 중립적이지만 비트코인은 주로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렌섬웨어나 자금 세탁, 제재 회피, 테러자금 조달 등 불법 활동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이 진정 가치가 있는 자산이냐 하는 논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더 하여 가격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기관투자자들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ETF의 국내 상장 뿐 아니라 거래 또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금융투자상품의 중개만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