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토큰증권(STO)이 년말 증권가의 테마로 부각되는 것을 보면 2000년 1월에 시작된 B2B 전자상거래 그 중에서도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열풍을 떠올리게 된다.
2000년 1월 지난 밀레니엄에서 시작된 인터넷 벤처 붐을 타고 B2B 전자상거래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옥션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놀라운 기업가치로 인정받자, 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혹시나 뒤쳐질까 닷컴 회사에 발을 디디거나 새로운 사업모델로 보이는 B2B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했다.
이처럼 B2B 전자상거래의 붐이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닷컴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야후!·e베이·라이코스·옥션 등 B2C 전문기업들의 놀라운 성장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닷컴 기업들이 설립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수십년 사업을 영위해온 굴뚝기업이라고 불리던 전통기업들의 가치를 훌쩍 뛰어 넘자 많은 사람들을 환상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실 B2B 전자상거래는 기존 사업방식 또는 업무 방식을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일 뿐이었다. 그 중 B2B 마켓플레이스 사업모델은 한 마디로 오프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품 거래를 인터넷으로 옮겨 놓은 사이버 시장이다. 하나도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기술이 부족해서 할 수 없었던 사업이 인터넷때문에 가능해진 사업 모델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거의 모든 산업의 상품들이 B2B 사업 모델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수 많은 기업이 시장에 나타났다. 철강 분야만 하더라도 50개 업체가 몰려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B2B를 주창하던 기업들 중 그룹의 MRO회사나 이미 Off-line에서 작게 나마 존재하던 시장을 on-line으로 전환한 기업들을 제외한다면, B2B 전자상거래 전문기업으로 오늘까지 살아 남은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
당시 기사 중 “새 밀레니엄의 경제전쟁은 B2B 선점경쟁이다.”라는 전자신문의 기사를 보면 당시의 뜨거운 열풍을 간접적이나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위 기사의 제목만 보면 2023년 말에 보이는 미디어 기사의 제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2023년 증권가의 년 말 화두는 STO다. 위 기사의 제목을 보면 2000년 B2B전자상거래 열풍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위의 그림처럼 2023년 말 오늘 토큰증권(STO)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 보면 ‘선점경쟁’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뽑은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어떤 기사는 “코인 열풍 전혀 안부럽네”라는 제목의 기사로 실었다.
B2B전자상거래와 같이 STO의 사업 대상도 한계가 없을 정도이다. 사실 발행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거래소가 존재한다면 거의 모든 자산을 증권화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ABS(Asset Backed Securities)라는 이름으로 이미 개념화되어 있던 방식이다. 이 방식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만나면 STO가 위의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미 배타적인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사업모델이 한 동안 매일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미디어가 내놓는 정보를 보면 위의 표현이 과장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매일경제 신문은 위의 “코인 열품 전혀 안부럽네”의 기사에서 한 증권회사 연구원의 입을 빌어 “현재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조각투자는 부동산, 음악 저작권, 미술품 등이 있는데 사실 STO는 실물자산을 기초로 토큰을 발행하는 만큼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미디어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몇몇 미디어들이 특정 기업들을 STO와 연관시켜 띄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STO 기업들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없지는 않겠지만,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인터넷 기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올 때 유행하던 말처럼 여기서 살아남을 ‘청바지 기업’을 찾아 보는 것이다.
19세기 중반 많은 사람이 금을 캐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모여들었다. 소위 금광시대(Gold Rush)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금을 캐서 돈을 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채굴에 필요한 장비나 물품을 판매한 사람들이 돈을 더 벌었다고 한다. 청바지도 그 중 하나다. 1990년대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닷컴버블’로 들 끓었다. 수 많은 인터넷 기업이 우후죽순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시스템, 네트워크, DB, SW 등 관련 ICT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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