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개 점포를 거느린 미국 뉴욕의 지역 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뉴욕커뮤니티은행)의 주가가 하루에만 22% 넘게 폭락했다. 뉴욕커뮤니티은행 부실 우려는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은행 등 지역 은행들의 연쇄 파산과 폐쇄의 기억을 되살릴 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미국 은행들의 부실을 2007년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subprime mortgage crisis)와 교차하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6일 뉴욕 증권 시장에서 뉴욕커뮤니티은행 주가가 5일 10.8% 떨어진 데 이어 이날 다시 22.2% 폭락했다.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가 이뤄진 뒤 이 은행 주가는 무려 59%나 떨어진 셈이다.
이런 현상은 다만 이 은행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몇몇 미국은행들이 위기를 느끼는 것은 ‘비대면 근무’ 즉 ‘재택근무’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늘어나면 그 부동산에 돈을 꿔 준 은행들이 떠안은 부실 대출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팬데믹 이전에는 분기별 사무실 공실률이 약 12%를 맴돌았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전세계를 덥치면서 그 비율이 15% 이상으로 급등했었다. 미국의 부동산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Commercialedge에 의하면 2023년 12월 말 미국 전체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18.3%에 달한다고 보고 하고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의 공실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25% 이상일 것이라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공실률은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구조적인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재택근무는 이제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현상이 아니고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으며 점점 더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하는 사람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그것을 더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들이 코로나 19 시절에 실험해 본 ‘재택근무’에 대한 노우하우가 생기고 그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실률이 늘어나면 해당 부동산에 대출을 해준 은행의 부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까지 상승하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이 더 커진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지난 3월 일어난 실리콘 밸리 은행의 파산과 정부의 조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재닛 옐런도 뉴욕 커뮤니티 은행의 주가 폭락에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원인이며 이로 인해 걱정하는 여러 은행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2007년 부터 2010년 사이에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주거용 건물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생한 위기다. 현재 상업용 건물 공실률 증가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은 여러 면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두 상황 모두 부동산 시장 불안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2007년에는 주택 가격 하락이었다면 이번은 상업용 건물 공실률 증가가 원인이다. 2007년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모기지 담보부 증권 가치가 폭락하여 금융 시스템 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현재 상업용 건물 공실률 증가가 은행 부실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첫번 째 이유는 2007년 이후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현재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은 2007년 주택 가격 하락 폭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여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