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통이 가능한 돈을 발행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친구들이 나를 신뢰한다는 조건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내가 친구에게 써준 차용증서도 돈이 될 수 있다.
사실은 지구상 대부분 국가도 나의 차용증서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만들어 낸다. 돈의 본질은 부채이며 누군가 채무자가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돈은 돌아야 하고, 돈이 돌기 위해서는 돈을 신뢰해야 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돈은 부채이기 때문에 돈의 가치는 신뢰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돈은 더 높은 유동성을 가진다.
1971년까지만 해도 달러를 금으로 바꿔준다는 미국 정부 말을 믿었기에 가치가 유지됐다. 그렇다면 금을 담보로 하지 않는 지금은 어떤가.
정부라고 임의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독립한 국가가 있다고 해보자. 그리고 최초로 돈을 발행해야 한다고 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채권, 즉 차용증서를 발행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중앙은행이 하나의 기관이라면 그냥 돈을 인쇄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단순한 절차를 거쳐 돈을 찍어내지는 않는다. 돈의 가치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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