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관련 업계는 이번 21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토큰증권발행(STO) 관련 법안이 극적 처리되길 기다리고 있다. 21대 국회는 오는 5월 29일 마감으로 이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이번 21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가 안 될 경우, 사실상 연내 STO 시장 진출은 물거품이 된다. 22대 국회로 자동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발의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O 관련 법안은 지난해 7월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 등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하고 발행과 유통 관련 계좌관리기관·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는 게 법안의 주요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이번 임기 말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STO 시장이 열리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의 통과가 필수다. 법안이 통과돼야 토큰증권이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화한 ‘증권’으로 인정받게 된다. 증권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말까지 통과하지 못한다면 오는 5월 30일 22대 국회에서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한다.
증권회사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STO 시장 진입을 위해 준비해 온 것을 감안하면 입법부의 업무태만이라는 지적도 가능한 셈이다. 토큰증권 시장 개화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관련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거나 완료한 상태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구축을 이미 완료했다. 지난해 6월부터 플랫폼 구축에 착수한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실제 구현 테스트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향후 토큰증권의 법제화가 완료되면 유진투자증권 MTS를 통해 투자가 바로 가능해진다. 하나증권은 올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조각투자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MTS 내에 조각투자 탭을 신설할 예정이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지난 달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블록체인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협업 이니셔티브인 ‘프로젝트 펄스’를 공식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블록체인글로벌은 조각투자 사업자의 혁신금융서비스 인프라 및 플랫폼 전체 구축 경험과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조각투자 관련 업체들은 한결같이 법제화를 통한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중 서비스 개시 계획인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도 국회의 토큰증권 법안 통과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부 사업자가 규제샌드 박스 제도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국거래소도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종증권 장내시장 시범 개설’에 대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받았다. 또 현재 여러 업체들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추진하거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각종 기초자산에 대한 조각투자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새로운 기초자산의 상품 개발이 활발해지려면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미술품의 경우 수익증권별 공모 규모가 크지 않고, 유통성이 활발하지 않아 아직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기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 21대 국회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법제화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으며 연내 가능성도 미지수다. 이렇게 되면 준비 중인 기업들은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임시 라이선스를 받으려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관련 샌드박스의 추가 지정에 보수적이던 금융위가 사뭇 달라졌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토큰증권 법제화가 가시화될 쯤부터 금융위는 추가적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일부 업체들에게 본신청을 받아 심사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바이셀스탠다드,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다루는 업체들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존에 금융위 샌드박스에 지정된 조각투자 업체로는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 뮤직카우 등 4곳과 거래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받은 에이판다파트너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