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환율의 움직임에 필요한 데이터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이론을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데이터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선 정부가 발표하는 국제수지를 알아야 한다. 국제수지는 일정 기간 동안 외화가 국내에 유입, 유출되는 량을 집계한 것으로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나눌 수 있다. 단순하게 이야기 하면, 경상수지는 PPP와 자본수지는 IPP와 관련이 있다.
경상수지는 주로 국가의 생산활동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인력을 수출입하면서 오가게 되는 외화의 상태를 가리킨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경제성장율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반면 한국과 같은 나라는 경상수지가 중요하다는 실증분석이 있기도 하다. 자본수지는 생산활동에 의한 것이 아닌 순수한 자본의 국내외 유출입 상태를 말한다. 두개의 수지는 별도로 움직이는데, 두개의 합인 국제수지의 변동에 따라 환율에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환율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을 모두 연결하여 생각해 된다는 말이다.
환율변화가 경제에 주는 영향
외국화폐를 쓸 일이 거의 없는 보통사람들은 환율을 멀리 강건너 다른 동네 이야기로 인식할 수 있지만, 한국은 산업구조의 특성상 누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환율의 결정문제의 다른 쪽을 바라보기로 하자. 다시 말해 환율의 변화가 어떻게 경제에 미치는가 하는 점을 보자는 말이다.
그렇다면 외환의 움직임이 어떻게 경제에 영향을 미칠까?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달러가 급상승했던 것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998년 연초에는 1,800원까지 상승했었다. 그 해 말 달러 당 환율은 1,200 원으로 1998년 한 해만 약 30%의 급락율을 보였다. 이 후에도 급등락을 거듭하다가, 2008 년 3월부터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경상수지 적자 누적 같은 요인에다가 세계적인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09년 2월까지 940원 미만에서 1440원대의 커다란 범위안에서 움직였다. 이후 안정되던 1000원대에서 1300원대를 오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첫째 통화에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먼저 외환의 국내 유입은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예를 들어 수출이 늘어 달러가 들어왔다면, 달러 자체를 화폐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외화의 유입은 결국 은행을 통해 중앙은행에 매입되고 은행은 다시 원화를 보유하게 됨으로 실질적으로 원화의 통화량이 늘어난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은행이 가지고 있는 외화를 사줌으로써 국채를 매입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외국돈이 한국을 오가면서 통화량을 늘리고 줄일 수 있으며 결국은 물가와 같은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5년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물가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1.8%, 생산자물가는 3.0%,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환율이 소비자물가보다 생산자물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무역과 자본의 이동에 영향을 준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원화의 가치가 오르면 수입이 늘어나거나 일본의 엔고 시절처럼 해외자산 매입 등 외화유출이 증가한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런 조절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 기업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기업들은 혜택을 보게 된다. 만약 환율이 1달러당 900원에서 1000원으로 상승했다면, 1달러 수출하여 900원을 벌던 기업이 아무런 노력없이 1000원을 벌게 된다. 즉 달러로 표시된 수출가격은 변동이 없으나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환율이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나쁜 측면이 있지만, 수출업자의 경우 매출이 늘고 기존 거래에서의 이익도 발생할 수 있다.
넷째 결국은 환율은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에 영향을 미친다. 주식이나 채권의 수익률이 환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환율의 변화가 반대로 자산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내리고, 환율이 내리면 반대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 이것은 외국의 자본이 들고나면서 수요와 공급이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출이 GDP의 절반 정도(2023년 45%)인 나라로 무역의존도가 큰 나라인만큼 환율의 영향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환율도 통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임으로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른 순환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경상수지가 개선되면, 기업의 기대 수익이 높아짐으로 외국의 투자자금이 유입된다. 이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고 채권가격이 상승한다. 외국자금이 늘어나면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고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환율하락은 수입의 증가와 연결되고 수출을 감소시킨다. 이렇게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주가와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떠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다시 환율 상승이라는 순환고리의 초기로 돌아가게 된다.
대부분의 나라는 환율을 조정하려는 유혹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수출을 늘리기 위해 높은 환율을 선호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변동환율의 경우 위의 순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자동조절 능력을 가지게 되어있다. 외환시장에 잘못 개입하면, 시장의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 하지만, 환율에 관한 정책이 통화정책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도 있다. 환율이 그 나라경제를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작고 대외개방폭이 큰 홍콩과 뉴질랜드 같은 나라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