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빅맥

환율과 빅맥

각국의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의 종류는 기본적으로 고정환율과 변동환율이 있다. 고정환율은 정부가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결정한 가치이며, 변동환율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환율이다. 이 두 종류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결국은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한편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환율을 안정적으로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도는 무역거래를 촉진시키고 또 외국 투기 자본으로부터 자국의 경제를 지켜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안정된 화폐가치 때문이다. 이 역시 공짜가 아니다. 그 대가로 국제수지 불균형에 직면할 경우 대폭적인 변경을 해야 하며 그로 인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그렇게 결정된 환율은 당연히 시장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블랙마켓이 성행하게 된다. 반면 변동환율제도는 시장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시장 불균형이 일어나도 중장기적으로 그 불균형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대가는 물론 화폐가치의 불확실성이다.

12개국 통화를 유로라는 고정환율제도로 묶은 유럽통화 단일 화에 기여한 공로로 199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로버트 먼델(Robert Mundell)은 중국은 물론 홍콩 일본 그리고 독일까지도 과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고정환율제도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나라는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고정환율제도를 고집하는 나라는 홍콩정도, 미국달러와 페그제로 연동하는 고정환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부터 고정환율제를 변경하여 제한적인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IMF이후인 1997년부터는 본격적인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환율의 결정

환율이란 말그래도 서로 다른 두 나라 통화를 바꿀 때 적용되는 교환비율이다. 예를 들어 원화와 미국 달러화의 환율이 900원/1달러라면 이는 달러화와 원화의 교환비율이 1대 900이라는 것으로 1달러와 900원을 서로 교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동시에 환율은 한 나라 돈의 가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 나라를 하나의 기업이라고 본다면, 그 나라의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주가와도 같다.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렇다.

1970년대 한 때 환율이 500원대 였던 적이 있었다. 2024년 현재는 1200원에서 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1970년대의 환율은 정부가 고시한 고정환율이었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아니었다. 블랙마켓인 암달러시장에서 환율보다 더 많은 한국 돈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2년 달러당 125원으로 고정된 환율로 시작하여 1974년 480원, 그리고 1980년 580원으로 변하면서 점차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제도를 채택해 나갔다. 그렇게 변천하던 환율이 IMF외환위기 발생을 계기로 1997년 12월부터 환율 변동폭에 제한이 없는 진정한 시장에서 결정되는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엔화 등 다른 나라 돈에 대한 원화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미달러화와 다른 나라 돈의 환율을 이용하여 간접적인 방식으로 산출하기도 한다. 즉 서울외환시장에서 1달러가 900원이고 동경외환시장에서 미달러화와 일본 엔화간의 환율이 1달러에 100엔이라면, 원화와 엔화의 환율은 100엔당 900원으로 계산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20개 나라 돈에 대한 환율을 이렇게 산출하여 매일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환율이 수시로 변동하고 있을까?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일물일가의 법칙에 따라 한 제품은 하나의 가격에 수렴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위배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 이해타산에 밝은 인간들이 차익을 노리면서 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100명이 사는 열방의 동쪽마을에서 CD 한장에 1만원하는데 서쪽마을에서는 똑 같은 CD가 7천원에 팔리고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서쪽마을에 가서 CD를 사다가 동쪽마을로 가져가 팔면 쉽게 3천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시장에 운반비와 같은 추가적인 거래비용이 매우 미미하다는 가정하에 그렇다. 이런 거래가 계속되다 보면 양쪽의 가격은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즉 같은 가격이 될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거래를 차익거래 또는 재정거래(Arbirage)라고 하며, 두개의 이상의 시장에 같은 제품이 다른 가격으로 팔리고 있을 때 그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어내는 거래를 가리킨다. 따라서 차익거래는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시장의 가격차이를 소멸시킨다.

시장이 두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의 차익거래를 생각해 보자. 뉴욕에서 유로화가 달러화와 2:1의 비율로 교환되고 엔화와 달러화가 5:1의 비율로 교환된다고 해보자. 그러면 당연히 2 유로화는 5 엔과 교환되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도쿄의 시장에서 2 유로화를 4 엔과 교환해 주고 있다면, 누구라도 위험이 전혀없이 엄청난 교환차익을 올릴 수 있다. 왜냐하면 도쿄에서는 엔화의 가치를 더 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욕에서 100만달러를 500만엔과 바꾼 다음 도쿄에가서 250만 유로를 바꿀 수 있다. 이 250만 유로를 가지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125만 달러로 바꿀 수 있으니 별 노력없이 25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런 거래는 가격차이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일어 날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차익거래에 의한 균형점이 적정환율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가격차이의 차익거래에 환율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경제학자들은 구매력 평가설 또는 PPP(Purchasing Power Parity)라고 부른다. 따라서 여기서 환율이란 구매력을 동등하게 해주는 환율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 햄버거의 가격이 우리나라에서는 5,000원인데 미국에서는 5 달러라면 환율은 1달러에 1,000원이 되어야 한다.  

시장에는 실제로 빅 맥지수(Big Mac index) 라는 것을 사용하여 각 나라의 구매력을 비교하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가 개발해 1986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발표에 의하면 2009년 초 미국에서 빅 맥은 3.54달러였다. 당시 환율을 이용해 한국에서 파는 빅 맥을 달러로 환산해 보니 2.42달러다. 2024년 초 빅맥 지수는 미국이 5.69인 반면 한국은 4.11이다. 일단 10여년간 두 나라 모두 70%가까이 상승하였지만, 나라간 물가 차이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맥도날드의 햄버거 가격은 한국이 저렴하다.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물가가 싸다는 것이다. 달러로 환산했을 때 더 많은 햄버거를 한국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의 돈이 저평가 되어있다는 분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 구매력 평가설에 의하면 그렇다.

<Source:Korea Herald https://www.koreaherald.com/view.php?ud=20140729000633>

그렇다고 구매력 평가설대로 환율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무역장벽이나 관세같은 가격왜곡요인이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운송비용도 만만하지 않다. 더구나 양국의 시장의 효율성과 가격 경직성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율이 변한다고 수입 자동차의 가격을 수시로 바꾼다면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결국 수입업체들은 각기 그 나라의 시장현황에 맞는 가격 정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구매력에 의해 환율이 그대로 결정된다고 보는 경제학자들은 거의 없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PPP는 환율의 큰 그림이나 장기적인 추세를 상상해 보는 데 도움이 된다. 구매력 평가에 의한 환율이 큰 추세를 이룬다면, 이자의 차익거래에 의해 예상되는 환율은 비교적 작은 추세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