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라는 것도 결국은 가격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다. 물건이 흔해지면 가격은 내려가고, 그 물건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상승한다. 외국의 돈도 마찬가지다. 외국돈의 공급이 많아질 경우 그 가치는 떨어지고 수요가 많으면 가치는 올라간다. 따라서 원 달러 환율은 한국 내 달러 가 많아지면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달러가 줄면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
수요와 공급은 다시 거래되는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반영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주가는 한 시점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수요와 공급은 다시 기업의 본질가치를 반영하게 되어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한 나라의 통화도 기업의 주가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다. 정말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한 나라의 통화는 그 나라의 주식’이다. 단 주식마다 액면가가가 다르듯이 각 나라의 통화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는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비율의 변화라는 이야기다.
주식의 가치는 이론적으로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의 현재가치다. 다시 말해 기업의 가치는 현재의 수입과 미래의 수입을 모두 합친 것이므로 주가는 이 가치를 반영한다. 기업의 수입은 제품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 국가의 수입도 마찬가지로 수출경쟁력에 의해 결정되며, 경쟁력 있는 국가는 무역에 있어 흑자를 기록한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무역흑자가 클수록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수출이 늘어 달러가 많이 유입된다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고 역으로 한국의 원화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만약 수입이 커져 달러가 부족하거나 달러를 차입해야 한다면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왜 수출을 할 수 있을까? 기업과 마찬가지로 좋은 물건을 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이란 다른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일 수도 있으며, 품질이 좋은 물건일 수도 있다. 같은 물건인데 싸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경쟁력 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경쟁력의 합이 한 나라의 수출 경쟁력이다. 결국 경쟁력있는 기업이 많을수록 그래서 많은 물건을 수출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있다. 기업의 위험이 같다면 주식의 수익률이 높거나 한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이자율이 높을수록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 질 것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도 마찬가지다. 위험을 감안하고서도 높은 기대수익률이 기대되는 나라의 통화가치가 상승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한 나라의 이자율이 높아지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미래 수익이 어떻게 환율에 반영될 수 있을까? 여기서도 역시 차익거래에 의한 조정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 수익률과 관련한 차익거래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이론으로 IRP(Interest Rate Parity)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 한 나라의 금리가 올라가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1980년 대 초반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자, 외국의 자본이 몰렸고 결국 달러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우리가 이미 언급한 미국의 쌍둥이 적자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자율 평가율이 작동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이자율평가관계는 외환시장의 효율성을 전제조건을 하므로 선물환 또는 현물환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각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위험이 유사해야 한다. 정치적 위험은 외환 시장에 대한 중앙 은행의 개입 가능성, 원금과 이자의 송금에 대한 제약 등의 자본 및 외환 통제, 국내 기업이 외국투자자들에게 지불하는 이자에 대한 세율변경의 가능성의 경우가 그것이다. 실제로 각 국의 금융상품의 신용은 위험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그런 평가 중 하나가 CDS프레미엄이다.
CDS(Credit Default Swap)는 우리말로 “신용부도스와프” 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한 마디로 위험에 대한 보험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채권을 발행할 때 그 기업의 신용위험만을 분리해, 시장에서 사고파는 신종 파생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한 은행이 특정기업의 부도 가능성에 대비해 런던의 금융회사와 CDS 거래를 할 수 있다. 즉 한국에 있는 은행이 수수료를 런던의 금융회사에 지급하면 계약된 특정한 기업이 부도를 낼 경우 런던의 금융회사가 대신 갚아주게 된다.
이런 CDS 거래는 한국의 국채에 대해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따라서 국채에도 CDS프레미엄이 존재한다. CDS프레미엄이란 결국 보험수수료이며 수수료가 높다는 것은 위험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위험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는 해당 통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아주 단순한 논리다. 따라서 누군가 “CDS 프레미엄이 상승하고 있으니, 그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라고 예언한다고 해서 경제학의 대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간 금융상품에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자율만으로 환율이 결정된다고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자율의 변화가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 나라가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화폐 발행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통화량이 변화가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통화발행은 기업에 있어 무상증자와도 같다. 무상증자란 새로운 자본의 증자없이 주식수를 늘리는 것을 의미함으로 이론적으로 전체 가치는 증가하지 않으면서 주식수만 증가하는 경우다. 통화의 발행이 실질적인 생산보다 더 많이 발행되면 통화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면 화폐 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한다. 상품의 가치는 그대로 있는데, 그 상품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되는 경우가 물가 상승이다. 따라서, 물가의 상승은 그 나라 화폐 가치의 하락 즉 ‘구매력 하락’으로 받아들여져 시장에 반영하게 된다.
언급한 빅 맥을 예로 들어 보자. 현재 환율이 \1000/USD1 이며, 서울에서 빅맥을 사먹을 때나, 로스앤젤레스에서 구매할 때 모두 똑같이 천원을 지불했다고 하자. 그런데, 미국의 물가가 폭등하여 빅 맥이 2달러가 되었다고 해보자. 한국에서는 아직 천원이다. 그런 경우 환율은 \500/USD1으로 조정되려는 압력이 있게 될 것이다.
가장 단기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동성이다. 기업이 흑자 부도가 날 수 있듯이 외환의 유동성이 부족하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외국에 갚아야 할 돈이 부족하거나 부족이 예상될 때 통화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통화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사실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시 말해 갚을 능력만큼 얼마든지 외환을 빌릴 수 있는 시장이 효율적 시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기업의 이익이 많아도 당장 지불해야 할 돈이 부족하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나라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2008년 말과 2009년 초 상황이 그랬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유동성 문제로 각 금융기관은 달러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실제로 아주 작은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다. 작은 금리의 변화에도 국제자본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은행간 단기적인 돈 거래에 콜금리가 있다면, 국제적으로는 리보 금리라는 것이 있다. 리보(LIBOR)금리란 『London Inter-bank Offered Ratio』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말로, 런던의 금융시장에 있는 은행 중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은행들끼리의 단기적인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단기금리를 말한다.
우리가 외국에서 돈을 융자 받거나 차관을 빌릴때 주로 리보금리를 적용해서 계약을 한다. 즉 리보는 금융기관이 외화자금을 들여올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보통 리보금리에 0.125%포인트 가량을 더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기관은 다시 1~1.5%포인트의 마진을 붙여 국내기업에 공급한다. 국내기업이 이같은 자금을 끌어쓰면 이자율이 연 5%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대출받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낮은 금리만을 고려 해외차입을 무조건 늘릴 경우 외채와 국내통화량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달러가 필요할 경우 단순히 달러를 빌려오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통화스와프(CRS-Currency Rate Swap)를 통해 달러를 구한다. 2008년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는 금융기관의 스와프와 유사한 국가간 통화스와프계약(Bilateral Currency Swap Agreement)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통화스왑이란 간단히 이야기 하면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는 것이다. 단 달러에 대해서는 위의 리보금리를 지불하고 대신 원화를 주었으니 원화에 대해서는 고정이자를 받게 된다. 우리 금융기관은 달러가 생기고 통화스왑에 참여한 상대방은 원화가 생겨 국채 등 한국의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교환한 원화에 대한 이자로 받는 금리가 통화스와프 금리다.
CRS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원화 이자를 덜 받더라도 달러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이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것은 제공한 원화에 대해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달러 이자에다 추가로 이자를 더 주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CRS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한마디로 해당 통화의 가치가 별로 없다는 말이다. CDS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주 간단한 논리다. 따라서 CRS금리가 내려가고 있음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해서 경제전문가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불안하고 유동성 문제가 대두되면, 이자율 문제로 환율이 결정될 수는 없다.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다른 금융상품보다 유동성이 좋은 현금을 선호한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세계 각국이 함께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세계 어느 곳에가나 유통될 수 있는 유동성이 뛰어난 돈을 찾게 되어 있다. 현재는 그 돈이 달러다. 1조 9천억 달러의 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 76%가 달러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에서 달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프레미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기존의 국제간 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계약되어 있기 때문에 달러로 정산해야 한다면, 당연히 달러를 더 선호하게 되어 있다. 무역에서 보통 거래되는 화폐는 자국통화가 아닌 달러, 엔화, 유로 등 이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위기가 오면 시장에서 기축통화에 가까운 화폐들은 가치가 오르지만 원화의 가치의 하락폭은 더 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환율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환율의 결정요인이다. 특히 NDF시장이라고 부르는 역외선물환시장(Non-Deliverable Forward)은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의 도박장이라고 할 수 있다. NDF는 자국의 규제를 피해 조세, 행정, 금융 등에서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주로 홍콩, 싱가포르 등에 형성된 선물환 시장이다. 이 곳에서는 현물은 거래하지 않고 선물만 거래한다.
더구나 선물의 만기가 되더라도 실제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한 선물환율과 지정환율 사이의 차액만을 서로가 지정해둔 통화로 정산한다. 뉴욕의 역외시장도 있지만, 원화의 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시장은 싱가포르와 홍콩이므로 NDF라고 하면 통상 이 두 시장을 가리킨다. 헤지펀드들이 주로 활동하는 것도 이곳이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환율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 보자. 외국과의 거래 결과 달러화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환율은 하락하며 반대로 달러화의 공급이 수요보다 적다면 환율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휴대전화를 많이 수입한다면 우리나라에 달러화가 많이 공급되므로 환율이 하락한다. 원화가치가 상승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금리수준이 외국보다 높으면 높은 이자수익률을 얻기 위해 외국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달러를 들여올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달러화의 공급이 늘어나 환율이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국제석유가격이 뛰면 석유수입대금 지급을 위해 필요로 하는 달러화를 시장에서 매입하여야 하므로 환율이 오를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우리나라의 은행이나 기업의 외화부채가 많을수록 환율을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