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강국’ 회복 노력과 대만과 중국의 디커플링

일본의 ‘반도체 강국’ 회복 노력과 대만과 중국의 디커플링

일본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도체 국가였다. 정부 주도로 소재부터 장비, 제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여 미국 업체보다 더 높은 생산성과 낮은 가격이라는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그렇게 1980년대 세계 반도체시장의 절반 가까운 매출을 차지하는 반도체 강국 지위를 누렸으나 곧 미국과 한국 경쟁사들의 영향을 받아 입지가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맞았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도 한 역할을 했지만, 한국 및 대만과의 경쟁으로 인해 세계 칩 제조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1980년대 약 50%에서 10%로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민간 기업의 생산기지 건설과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 화답하듯 도요타, 소니 등 주요 일본 기업들도 작년 11월 ‘라피더스’라는 새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여 차세대 반도체 개발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으며, 대만의 TSMC가 일본에 공장을 건설하였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는 내년 가동을 앞둔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에 이어 첨단 미세공정을 도입하는 제2공장 및 제3공장 건설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미국과 유럽, 중국에 비해 다소 늦게 추진된 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정세는 일본의 노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듯 하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 모두 반도체공장 유치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러 종류의 걸림돌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수 년 전부터 정부 조성 펀드를 통해 자국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 자금을 제공해 왔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영향으로 관련 장비와 공급망이 단절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의 대형 반도체공장을 다수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망은 다소 불확실하다. 전문 기술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TSMC가 공장 가동을 늦춘 데다 최근에는 정부 예산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도체공장 보조금 지급 규모와 시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지원 정책에 맞춰 TSMC와 인텔의 설비 투자 지원을 약속했던 독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원 예산 확보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중국과 대만의 결별이 지속되면서 대만의 일본 진출이 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은 반도체 완제품 생산량 및 기술력에서 경쟁 국가에 크게 뒤처지고 있지만 장비와 소재, 부품 등 분야에서 여전히 가장 앞선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은 반도체가 경제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칩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미국의 격려와 함께 칩 제조 부문을 재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그 결과 이번 토요일, 공식적으로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로 알려진 TSMC는 칩 제조 허브인 남쪽 섬 규슈에서 첫 번째 공장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TSMC 외에도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칩 파운드리 벤처인 라피더스(Rapidus)도 2027년부터 홋카이도 북쪽 섬에서 칩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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