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상인의 시대’의 이후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아주 짧게 ‘경쟁과 모방’이라는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성장과 분배라는 씨줄에 몇 줄 안 되는 역사의 날줄을 걸어본 격이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현재는 과거와 ‘원인과 결과’라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오늘날의 세계는 서로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커다란 망으로 짜여 있다. 그것도 한 층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촘촘히 짜인 네트워크의 모습이다.
오늘날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현상의 일부라도 현실적인 수준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씨줄과 날줄이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경제이론을 책 한 권으로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식은 우주 공간처럼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그 공간을 새로운 융합지식이 채워 나가고 있다. 이런 사실에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좋은 면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더 많은 정보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쁜 면은 그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끝없는 학습이 필요할 뿐 아니라, 나만의 지식으로 압축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정확성을 위해 수학이나 통계 그리고 잘 정의된 용어로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주제에 몰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개괄적이나마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그 많은 지식도, 파생금융상품이 만들어지듯 기존의 지식을 조합하거나 융합, 혹은 조금 진화 시켜 만들어진 파생지식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 것들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 만 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에서 오늘의 경제현상에 대한 여러 이론을 이어주는 비교적 굵은 씨줄과 날줄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몇 개의 단어로 설명하려고 할 것이다. 무리한 시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모호한 지식으로 인한 혼란스러움보다 잘 압축된 단순함이 이외로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더 힘이 되곤 한다. 실행의 시간이 오면 복잡한 전략보다는 단순한 원칙이 더 힘을 발휘하는 것과도 같은 이유다. 물론 그 뒤에는 더 정확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하고, 그때는 또 다른 책과 스승을 만나야 한다.
우선 실물경제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기로 하자. 실물경제란 원래 이론이 아닌 현실의 경제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금융경제와 비교해서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판매, 소비의 활동을 가리킨다. 어느 경우든 실물경제는 우리 삶의 질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실물경제에서 중심이 되는 씨줄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시장이다. 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단어로 시장을 이해하고 또 어떻게 시장이 경제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왜 경기가 변동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금융의 발전 역시 경제성장과 함께했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며, 금융경제 역시 실물경제의 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경제활동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또 많은 경우 경제 불안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금융경제를 실물경제와 별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금융경제에서의 중심이 되는 씨줄은 돈이다. 돈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실물경제에 가까운 것부터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금융경제에 간섭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또 이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도 짐작해볼 것이다.
이렇게 정리된 지식을 가지고, 우리가 경험한 몇 개의 경제위기를 더듬어볼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우리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에서 학습한 지식의 연습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몇 개의 날줄을 찾아 씨줄에 걸어볼 것이다.
다양한 학설과 이론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보다 더 영향력 있는 것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 속에 먼저 자리 잡은 관념들이다. 분명하지도 않은 이런 생각들이 가끔 가치나 철학이 되어, 논쟁이 필요한 곳마다 잘 정리된 논리나 이론보다 앞선다. 많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우리가 앞에서 엮어낸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논쟁이 되는 몇 가지의 주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과거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오늘의 이해를 뛰어넘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보아야 한다. 그것은 이상적이거나 희망적일 것이다 아니면 절망적이던지. 그 어느 경우이던 오늘로 돌아와 무엇이 그 이상과 희망을 가로막고 있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미래를 피하기 위해 무엇을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반복해서 생각해야 한다. 혼자서 할 수도 없고 한 번에 끝낼 수도 없는 일이다. 서로의 생각에 자극을 주면서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 지식공간이다.